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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내 가전시장의 화두는 단연 ‘나노’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은나노’ 항균 세탁기와 에어컨은 비싼 가격에도 날개돋친 듯 팔려나갔고 당당히 히트상품 반열에 올랐다. 살균력이 뛰어난 은을 나노입자로 만들어 활용하는 아이디어가 ‘대박’을 터뜨린 것.
가전뿐 아니라 나노기술을 활용한 제품들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플라스틱 원료에 은나노 입자를 넣어 항균력을 높인 밀폐용기가 조용한 돌풍을 이어가는 중이다. 우리나라의 나노 관련 시장규모는 세계에서 큰 편에 속한다. 하루가 멀다하고 나노기술을 적용한 아이디어 제품들이 탄생할 정도로 팽창 속도도 빠르다.
나노기술에 있어서도 우리나라 토종기업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한양대학교 교수들이 주축이 돼 2000년 설립한 실험실 벤처 ‘엔피텍’은 나노기술에 있어서는 세계 선두권에 속하는 작지만 강한 기업이다. 특히 최근 각광받고 있는 은나노 입자 생산기술에 있어서는 단연 돋보인다.
은은 주변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보석’이지만 페니실린이 발명되기 이전에는 광범위한 항균제로도 사용됐다. 이런 은의 살균력에 착안한 것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은나노 제품들이다. 금속을 나노입자로 쪼개면 크기는 줄지만 표면적이 늘어나기 때문에 물체가 가진 성질은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은나노 입자가 은보다 더 강한 살균력을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더욱이 은은 독성이 없는 친환경적인 금속으로 사용시 부작용이 없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처럼 나노기술은 친환경적인 기능성 소재를 다양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화수분’ 같은 분야이다.
현재 엔피텍은 나노입자를 이용한 기능성 플라스틱과 섬유 생산용 원료 공급에 주력하고 있다. 공업용 나노 원료는 높은 농도와 안정성이 가장 중요시 된다. 이성철 부사장(한양대 화학공학과 교수)은 “오랜 경험을 통해 쌓은 생산 노하우가 우리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말했다. 엔피텍의 모든 직원이 석사 이상의 학위 소유자라는 것도 자랑거리.
엔피텍이 생산하는 원료는 기술적인 면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인다. 나노 입자는 전기적인 성질을 띠기 때문에 크기를 그대로 유지시키는 제어기술이 중요하다. 10만ppm의 고농도에서도 입자가 골고루 퍼져 있도록 하는 안정화 기술이 돋보일 수밖에 없다. 은나노 입자를 섬유에 넣었을 경우 누렇게 착색되는 특성(황반현상)을 없애고도 항균력은 그대로 유지시킨 ‘메가사이드(Megacide)’도 독창적인 기술이 적용된 제품이다.
지금까지는 시장이 어느 정도 성숙된 은나노 제품의 원료 생산에 주력했지만 이제 엔피텍은 다양한 금속재료를 나노화하는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벌써 새집증후군의 원인물질을 제거하는 광촉매체용 나노입자 생산기술도 확보하고 시장의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다. 이 부사장은 “앞으로 각종 건축자재와 장난감에서 의약품에 이르기까지 친환경적인 나노기술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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