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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캠페인>장애인 국경넘은 '사랑릴레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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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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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열쇠공 유영수(44)씨는 베트남에 있는 ‘둘째딸’생각만 하면 마음이 애틋해진다. 하노이에서 4시간거리인 남하지방의 오지마을 소녀 응옌 티 응완(12)양. 깡마른 체격에 금방 눈물이 뚝 떨어질듯한 슬픈 눈망울의 이 가난한 소녀를 그는 친딸이나 다름없이 여기고 있다.
두살때 소아마비를 앓아 지체장애인이 된 유씨는 대전시 오정동 신동아아파트 앞의 2평 남짓한 컨테이너 박스에서 열쇠와 도장을 깎는 일을 하며 산다.
9평짜리 전셋집에 월수입이라고는 100여만원이 전부. 처와 딸 등 세 식구가 빠듯이 생활하는 처지지만 그는 3년전부터 국제 구호단체인 플랜코리아(www.plankorea.or.kr)를 통해 응옌 양의 양부가 되기를 자청했다. 그에게는 적지 않은 돈인 3만원씩을 매달 보내는데 그치지 않고 지난해엔 5년간 부어온 곗돈을 털어 직접 베트남으로 가 응옌양을 만났다. 지난 3월엔 후원자의 도움으로 응옌양을 한국으로 초청해 국경을 넘는 온정을 이어오고 있다.
“가진 것 없는 제가 베트남까지 간 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갖가지 말이 많더군요. ‘도와준답시고 은근히 과시하려는 것 아니냐’, ‘차라리 그 돈으로 국내에 있는 이웃들을 돕는게 낫지 않으냐’는 눈총이 적지 않았습니다”
유씨는 아무런 대가 없이 사랑을 나누는 법을 30년전 3년간 자신을 후원했던 미국인 양부 윌리엄 테일러씨로부터 배웠다. 전쟁으로 황해도 연백에 처자식을 두고 월남한 실향민을 아버지를 둔 그의 가정도 전쟁의 피해자였다. 아버지는 중풍으로 5년을 누워지내다 한많은 삶을 마감했고 그의 뿌리뽑힌 삶은 자식대까지 끈질기게 이어졌다.
중학교 졸업 이후 서울 구로공단 근로자로 생활하던 중 장애인에 대한 냉대 등으로 한때 자살까지 생각했다는 유씨에게 유일한 삶의 버팀목이 되었던 사람이 ‘양친회’라는 구호단체를 통해 양부의 연을 맺은 테일러씨였다.
생면부지의 미국인에 받았던 도움이 30년 만에 보이지 않는 끈으로 다시 베트남의 응옌으로 이어진 것에서 유씨는 남다른 감회를 느낀다.
“베트남의 응옌이나 한국에 있는 저나 다 전쟁의 피해자란 생각이 듭니다. 응옌의 친구들 중에는 고엽제 후유증을 앓은 부모 밑에서 기형아로 태어난 아이들이 많더군요. 실향민으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둔 저의 가정도 전쟁이 없었다면 그런 고통을 겪지 않았을 텐데….”
유씨는 요즘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라크 어린이들을 도울 방법을 모색중이다. 동네에서 ‘천사표 열쇠 아저씨’로 통하는 유씨는 대전지역에서 자신보다 못한 처지의 중증 장애인을 돕는 봉사단체인 ‘되살미봉사대’회원으로도 일하고 있다.
기자와 만난 29일에도 유씨는 인근 오정동 농수산시장에서 나온 열무 700단을 대전의 중증장애인들에 나눠주는 일을 하고 있었다. 나눔과 봉사로 가득찬 삶을 사는 유씨는 마음이 메마른 요즘 사람들에게 ‘진정한 부자로 사는 법’을 일깨워 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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